📑 목차
우리가 쓰는 10진법 숫자를 쓰기 전에도 수의 계산은 있었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10진법 즉, 0부터 9까지의 숫자를 사용해 계산한다. 하지만 이런 숫자 기호가 생기기 전에도 사람들은 이미 복잡한 계산을 해 왔다.
중국 고대에서는 산대(算籌)라는 계산 도구를 이용해 숫자를 표현하고 계산했던 중국 고대 산대(算籌) 계산법이다. 산대 계산법은 막대를 이용했지만,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10진법과 매우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산대는 “현대 10진법에 가장 가까운 고대 계산법”으로 평가받는다.
이 계산법은 수천 년 전 이미 덧셈·뺄셈·곱셈·나눗셈뿐 아니라 방정식 풀이까지 가능하게 했으며, 현대 수학과 직접 연결되는 중요한 사상적 토대를 제공했다. 산대를 이해하는 것은 단순한 역사 지식이 아니라, 숫자를 바라보는 인간 사고의 진화를 이해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1) 산대(算籌)란 무엇인가 — 막대로 표현한 숫자의 세계
산대는 대나무나 나무로 만든 작은 막대이다. 이 막대를 바닥이나 판 위에 놓아 숫자를 표현 하고 계산하는 고대 중국의 계산 도구다. 예를 들어 막대 1개는 1, 2개는 2처럼 개수로 숫자를 나타냈다.
숫자는 막대의 배열 방향과 개수로 나타냈으며, 1부터 9까지는 세로 또는 가로 배열로 구분했다. 특징적인 점은 막대의 방향이다. 일의 자리에서는 세로로, 십의 자리에서는 가로로 놓아 자릿수를 구분했다. 막대가 놓인 위치에 따라 일의 자리, 십의 자리, 백의 자리가 구분되었고, 이는 현대 10진법의 핵심 원리와 거의 동일하다. 또한 특정 자리에 막대를 두지 않음으로써 ‘없음’을 표현했는데, 이는 훗날 0의 개념으로 발전할 수 있는 사상적 기반이 되었다. 이러한 산대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숫자의 자리를 구분하는 체계적인 방법이었다.
2) 왜 산대는 10진법과 닮았을까 — 자리값 부호 개념
중국 고대 산대 계산법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자리값(위치값) 개념이다.
첫째, 완전한 위치값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같은 막대 수라도 위치가 바뀌면 값이 달라졌고, 이는 십진 위치값 개념과 정확히 일치한다.
둘째, 양수와 음수의 구분이 가능했다. 막대의 색상이나 배열 방향을 달리해 부호를 표현했으며, 이는 세계 수학사에서 매우 이른 시기의 음수 개념이다.
셋째, 계산 과정이 추상적 기호가 아닌 물리적 이동으로 이루어져, 오류가 적고 대규모 계산에 유리했다.
즉, 같은 막대 수라도 어디에 놓이느냐에 따라 값이 달라졌다. 이는 현대 10진법에서 1이 일의 자리에 있으면 1, 십의 자리에 있으면 10이 되는 것과 같다. 또한 특정 자리에 막대를 놓지 않음으로써 ‘값이 없음’을 표현했는데, 이것은 나중에 등장하는 0의 개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생각이다. 산대는 숫자를 단순히 세는 것이 아니라, 위치로 의미를 구분하는 계산법이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산대는 단순 계산을 넘어 행정·토지 측량·세금 계산 등 실용 수학 전반에 활용될 수 있었다.
3) 산대 계산법으로 무엇까지 할 수 있었을까 — 방정식과 연립계산까지
산대를 이용하면 덧셈과 뺄셈뿐 아니라 곱셈과 나눗셈도 가능하며 수준은 산술을 훨씬 넘어섰다. 더 나아가 고대 중국의 수학책인 "구장산술"에는 산대를 이용하여 연립방정식을 푸는 방법까지 기록되어 있다.
이는 가우스 소거법과 매우 유사한 방식으로, 막대를 표처럼 배열하고 하나씩 단계적으로 정리하면서 답을 구하는 구조를 가진다. 이는 오늘날 중·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연립방정식 풀이 과정과 매우 유사하다. 즉, 고대 중국에서는 이미 이미 선형대수적 사고가 실용적으로 사용되고 있었던 셈이다. 이러한 계산 방식은 종이와 기호가 제한적이던 시대에 최적화된 방법이었으며, 시각적·공간적 사고를 극대화했다. 이는 현대 컴퓨터의 비트 배열 개념과도 흥미로운 유사성을 보인다.
4) 왜 산대는 사라지고 10진 숫자는 남았을까
산대 계산법은 매우 정확했지만, 막대를 직접 놓아야 하기 때문에 휴대성과 기록으로 남기기 어려웠다는 한계를 가졌다. 막대를 직접 배치해야 했기 때문에 계산 결과를 장기 보존하거나 빠르게 공유하기 어려웠다. 반면 인도-아라비아 숫자 기호로 발전한 기호식 10진 계산법은 종이에 적을 수 있어 필기와 인쇄에 유리하고 더 편리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서 산대는 점점 사용되지 않게 되었고, 대신 숫자 기호를 사용하는 10진법이 널리 퍼지게 되어 전 세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개념적으로 보면 산대 계산법은 이미 완성도 높은 10진 사고 쳬계의 계산 원리 그대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즉, 산대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기호 체계로 진화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숫자 체계 속에는 산대의 철학이 여전히 살아 있다.
5) 산대는 고대의 유물이 아니라, 현대 수학의 조상이다
중국 고대의 산대 계산법은 단순한 역사적 도구가 아니라, 현대 10진법 사고의 직접적인 선조라 할 수 있다. 자리값 개념, 부호, 연산, 방정식 풀이까지 포함한 이 체계는 인간이 숫자를 어떻게 이해하고 확장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다. 산대를 통해 우리는 수학이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된 학문이 아니라, 실용과 사고의 필요 속에서 점진적으로 발전해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오늘날의 디지털 계산 역시 그 뿌리를 따라가면 결국 막대 위에 숫자를 놓던 고대인의 손끝에 닿아 있다.
'수학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점토판에 새긴 문명의 기억|바빌로니아인이 남긴 기록의 지혜 (0) | 2025.12.29 |
|---|---|
| 소수는 어떻게 걸러졌을까? 에라토스테네스의 체로 시작된 소인수분해의 역사 (0) | 2025.12.25 |
| 기하학은 왜 탄생했을까? 토지 측량에서 시작된 수학의 역사 (0) | 2025.12.23 |
| 9개의 숫자와 0의 혁명, 인도 숫자가 현대 수학의 표준이 된 이유 (0) | 2025.12.19 |
| 수학의 기원: 인간은 왜 숫자로 세상을 이해하게 되었을까? (0) | 2025.12.18 |